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글로컬 산학일체 혁신대학
누군가 자신에게 출신 대학에 관해 물을 때, 이 질문에 자연스럽게 자신이 다니는 학교를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이 질문에 난처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지방대생들은 서울의 유명 대학에 비해 덜 알려진 학교에 다니는 현실 때문에 출신 대학을 밝히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제는 학교보다 학과가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학벌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라는 말이 나에게는 그저 흘려들을 수없는 경고처럼 들렸다. 그때부터 지방대 위기와 소멸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여러 차례 이 주제를 다룬 기사를 작성해 왔다.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라는 책은 지방대에 대한 편견과 소외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이러한 상황이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분석했다. 책의 1부는 지방대생들이 직면한다양한 문제를 조명하고, 2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입시지상주의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교사의 관심과 좋은 학습 환경, 경시대회 수상 등 기회를 몰아주고, 하위권은 ‘버리는’ 교육이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학교는 제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아이들 모두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지 않고 성적으로 경쟁에 내몰고 있다.
이러한 한국 사회는 서울권 대학을 정점으로 대학 순위를 피라미드 구조로 매기기 때문에 피라미드 제일 아래에 있는 이들이 패배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한 개인을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을 이러한 패배주의로 몰아넣은 사회 구조에 더 큰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박두호 기자는 지방대와 관련한 기사를 작성하며 여러 명의 지방대생을 만나왔다. 그는 “지방대생 중 다수가 ‘스카이’라 불리는 대학에 정부의 지원이 집중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우리 사회에서 능력주의는 여전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명문대 출신금융인인 아버지와 교사 출신 어머니 덕에 남다른 교육환경과 외국 생활의 기회를 누렸고, ‘아빠 친구’를 통해 인턴을 할 수 있었던 사람이 과연 또래들과 공정한 경쟁을 했다고 볼 수 있을까? 반대로 자녀의 진학을 도와줄 능력도 시간도 부족한 일용노동자의자녀로 태어났다면 이 청년이 꿈을 이루지 못한 이유가 ‘능력과 노력의 부족’이라고만 탓할 수 있을 것인가.
이처럼 능력 있는 사람만이 보상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차별과 소외를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지방대를 향한 차별과 혐오는 계속될 것이다.
글 이연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