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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로켓배송 열풍, 빠른 배송 뒤의 노동자희생에 관심 가져야 할 때
현재 우리나라는 ‘로켓배송’ 열풍이다. 로켓배송이란 쿠팡에서 처음 실시한 배송 서비스로, 주문하면 2~3일은 걸리는 기존 택배와 달리 오늘 주문하면 내일 물건이 도착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올리브영의 ‘오늘드림’ 등 여러 온라인 커머스가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응하고 있다. 주문하기만 하면 다음날 택배가 도착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이처럼 코로나19 시대의 유통업계에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빠른 배송 경쟁은 이제 우리의 삶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우리 생활에 녹아든 편리함 뒤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빠른 배송의 이면
지난 5월 28일 쿠팡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했다. 이 노동자는 로켓배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주 60시간 이상 심야 배송을 무리하여 강행해야 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하루 약10시간 30분, 주 6일 근무했다. 주 평균 노동시간으로 따지면 63시간(야간근무 30% 할증 시 77시간)이다. 대책위는 “쿠팡 CLS와 영업점 간 계약에 따라 아침 7시까지 배송 완료를 지키지 못하면 지연 배송으로 영업점 계약이 해지되거나 구역을 회수당할 수 있다”며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이 만든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사망한 노동자는 총 20명에 이른다.
열악한 노동 환경
빠른 배송으로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만큼 그 뒤에는 많은 노동자들의 노고가 숨겨져 있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자체 운영하는 물류센터에 미리 상품을 적재해 놨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배송하는 서비스다.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전달받은 뒤 배송하는 기존 시스템과 차별화되어있고 배송 속도가 월등히 빠르다. 지난 8월 18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시흥2캠프에서 한 일용직 노동자가 프레시백(신선식품 배달용 보랭가방) 정리 업무를 하다가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유유가족의 말에 따르면 그날은 최고 33도에 이를 만큼 무더웠지만 작업장에는 에어컨한 대가 없었고, 그날 프레시백 정리를 맡은 일용직 7명 중 4명은 이 업무를 처음 맡았으며, 원래 4인 1조가 한 라인이지만 8명이 아닌 7명이 출근한 까닭에 원래 운반 담당이던 사망자가 2라인을 떠맡아 두 사람 몫의 작업을 혼자서 수행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 9월 14일 유튜브 채널뉴스타파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쿠팡 제주 서브허브의 크기는 6458.83㎡, 약 1,950평이다. 건물 한쪽은 상품을 싣기 위한 대형 트럭이 드나드는 곳으로 뚫린 상태였고 나머지 3면은 완전히 막혀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폭염의 뜨거운 열기와 습기가 빠져나갈 곳이 턱없이 부족했고, 공기순환장치인 실링팬과 한쪽 벽면의 스탠드형 에어컨 하나만이 작동하는 상태였다. 선풍기 또한 모든 작업대에 배치된 것이 아니었다. 무더위 속 업무 중 쉬는 시간은 계약서와 다르게 랜덤으로 주어졌다.
심야노동 규제, 냉난방 시스템 도입 필요
일환경건강센터 류현철 이사장은 “누구도 밤새도록 일하다 죽어서는 안 된다”며 “쿠팡이 주도한 한국형 배송 물류 시스템은 혁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칭송을 받기도 했으나 노동 강도 강화, 억압적 노동 통제에 기반 한 물류 시간단축, 불안정한 노동과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며 노동자들에게 사고 위험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야간·밤샘 노동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시급하며, 물류센터는 단순한 창고가 아닌 일터로 보고 노동자들의 작업 동선을 고려한 냉난방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한선영 기자